‘비해당48영’이란 안평대군이 자신 저택의 아름다운 풍경 48가지를 선정해 먼저 노래 하고 여러 문사들에게 청한 시를 말하는데, 정작 자신의 시는 남아 있지는 않지만 당대 최고의 문사인 최항, 신숙주, 성삼문, 김수온, 서거정의 시가 남아 있고, 심지어 그를 죽인 세조의 친손자인 성종마저도 그를 기리면서 시를 남긴 바 있다. 전체 48가지 풍경 중 38가지는 관상용 꽃식물에 대한 것으로, 한문학자와 전통 조경학자들은 이 시를 당시 화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여겨 활발히 연구해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과 함께 화훼문화사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전 속 전통 화원 꽃식물 전시의 일환으로 올해에는 조선 전기 문화의 아이콘인 비운의 안평대군 저택 내 ‘귀공자의 비밀의 화원’이란 부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고전 속 화원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이 전시는 지난해 조선 후기 ‘꽃백과사전(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내년에는 고려 시대 화원을 선보일 계획이다.
‘600여년 전 조선 전기의 집 뜰에는 어떤 꽃이 피었을까?’하는 소박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 안평대군 저택의 아름다운 풍경 48가지를 읊은 ‘비해당48영’ 시를 화훼원예학적으로 분석하며 꼬리를 무는 상상과 상상 속에 귀공자가 거닐던 인왕산자락에 하염없이 맴돌았던 생각을 이곳에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