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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 대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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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조선초기(비밀의화원)

고전古典속의 화원花園 Ⅱ600년 전 귀공자의 『비밀의 화원』 전시회를 열며

조선 전기 신생국 조선이 성리학을 중심으로 국가 기반이 정착되면서 문화적으로 한창 번성하던 때가 세종 시대였는데, 그 중심에는 셋째 아들이 안평대군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저택에서 많은 문사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을 폭넓게 교류한 인물이었다. 아쉽게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둘째 형인 세조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그의 모든 시문이나 서화가 사라졌지만, 그의 예술활동이나 학문 소양은 한 시대의 문화를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하였고 이후 후대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 (2023년 6월)

‘비해당48영’이란 안평대군이 자신 저택의 아름다운 풍경 48가지를 선정해 먼저 노래 하고 여러 문사들에게 청한 시를 말하는데, 정작 자신의 시는 남아 있지는 않지만 당대 최고의 문사인 최항, 신숙주, 성삼문, 김수온, 서거정의 시가 남아 있고, 심지어 그를 죽인 세조의 친손자인 성종마저도 그를 기리면서 시를 남긴 바 있다. 전체 48가지 풍경 중 38가지는 관상용 꽃식물에 대한 것으로, 한문학자와 전통 조경학자들은 이 시를 당시 화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여겨 활발히 연구해왔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과 함께 화훼문화사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전 속 전통 화원 꽃식물 전시의 일환으로 올해에는 조선 전기 문화의 아이콘인 비운의 안평대군 저택 내 ‘귀공자의 비밀의 화원’이란 부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고전 속 화원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이 전시는 지난해 조선 후기 ‘꽃백과사전(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내년에는 고려 시대 화원을 선보일 계획이다.

‘600여년 전 조선 전기의 집 뜰에는 어떤 꽃이 피었을까?’하는 소박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 안평대군 저택의 아름다운 풍경 48가지를 읊은 ‘비해당48영’ 시를 화훼원예학적으로 분석하며 꼬리를 무는 상상과 상상 속에 귀공자가 거닐던 인왕산자락에 하염없이 맴돌았던 생각을 이곳에 정리해 본다

‘비해당48영’의 화훼원예학적 의미
안평대군 저택의 풍경을 읊은 ‘비해당48영’ 속 꽃식물 38종의 특징
성상

주로 꽃나무(교목 18, 관목 11, 다년초 7, 1년초 2종)

월동

주로 겨울나기 꽃식물(가능 23, 일부 가능 7, 불가능 8종)

원산지

주로 도입 꽃식물(도입 32, 자생 6종)

화훼식물별로 이미지 부여
매창소월, 설중동백, 장두홍행, 숙수해당, 망우훤초, 문전양류, 창외파초 등 후대에 영향

시 제목은 꽃식물별로 그에 알맞은 정취를 표현한 경우가 있었는데, 가령 梅窓素月(매창소월)은 ‘매화 피어난 창가의 밝은 달’, 向日葵花(향일규화)는 ‘충신을 상징하는 해를 향하는 규화(닥풀, 葵花)’, 窓外芭蕉(창외파초)는 ‘여름철 시원한 빗소리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창 밖의 파초’ 등

종류별로 이름을 구별하여 사용
철쭉류(일본철쭉, 영산홍), 배롱나무류(자미, 백일홍), 동백류(동백, 산다), 장미류(장미, 사계화)
과수류의 열매를 관상용으로 활용
포도, 감, 귤
인기 품종 등장
배롱나무의 붉은색 품종(백일홍), 복사나무의 변이 품종(삼색도)
꽃종류 별로 다른 이름을 사용
철쭉류 : '일본철쭉(日本躑躅)'과 '영산홍(暎山紅)'
일본철쭉에 대한 최초의 문헌은 안평대군과는 이종사촌으로 화훼에 조예가 깊었던 강희안의 양화소록으로 세종 23년(1441) 일본에서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시기에 일본철쭉과 함께 유사종인 영산홍도 같이 도입되어 안평대군의 화원에는 같이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시 제목으로 취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산홍(좌) 왜철쭉(우)
영산홍(좌) 왜철쭉(우)
5월말 남부지방 안내
5월말 남부지방 안내

학명,조선시대,개화기,일본명 상세구분

구분 학명 조선시대명 개화기 일본명
영산홍 R. Kurume Group (=R. x obtusum) 영산홍 4월 말~ 5월 초 キリシマツツジ
왜철쭉 R. indicum 일본철쭉, 왜철쪽, 철쭉 5월 중순 이후 サツキ
  • 개화기 차이영산홍은 나무의 이름이다. 두견화보다 뒤에 피고 철쭉보다 빨리 핀다. 나무는 철쭉과 같은데 교목이다.지봉유설
  • 개화 촉진세조 (1460) 윤 11월 12일, 척촉화 두 분 등을 승정원에 하사하면서 “이 꽃이 때아닌 때 피어서 구경할 만하다.” 조선왕조실록
배롱나무류 : ‘자미(紫薇)’와 ‘백일홍(百日紅)’
배롱나무의 도입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고려시대의 문헌상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고려말 도입 당시 꽃이 자주빛을 띠는 배롱나무 원종과 함께 붉은빛을 띠는 변종(花木小志, 紫薇 紅花者俗名百日紅)도 백일홍이라는 별칭으로 같이 도입되어 조선 초기에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그 당시 최근 도입된 신품종이라서 별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백나무류 : ‘동백(冬柏)’과 ‘산다(山茶)’
동백나무류에 관해서는 눈 속에 핀 동백(雪中冬柏, 설중동백)과 살포시 핀 산다(半開山茶, 반개산다)라는 시 제목이 있는데, 산다(山茶)는 보통 문헌 상에서 동백으로 번역하기 때문에 번역과정에서 혼란이 많았다. 동백이라 꽃식물 한자명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고려시대에는 이미 중기부터 사용되었던 반면, 중국의 동백을 지칭하는 꽃식물명 산다(山茶)는 문헌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고려시대부터 도입된 겹꽃의 조기 개화성 중국 또는 일본 원산의 동백과는 별도로 조선 중, 후기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동백을 춘백(春柏)이라고 구별한 것을 보면, 고려 중기부터 사용한 동백이란 꽃식물명은 도입된 동백류를 지칭하고 우리나라 자생의 홑꽃 동백은 조선 조기에는 중국명인 산다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이후 동백과는 대비되는 개화기를 가졌으므로 춘백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애매한 구별 속에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초기 식물분류학자들이 향명을 채집하면서 동백류 꽃식물명으로 대표적으로 사용한 동백을 우리나라 자생 동백의 일반명으로 정하면서 이 혼란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장미류 : ‘장미(薔薇)’와 ‘사계화(四季花)’
장미류인 장미와 사계화는 고려 중기 이규보의 동국이 상국집에 별도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적어도 고려 중기부터 연중 한번만 피는 일계성 장미 뿐만 아니라 온도만 맞으면 연중 꽃을 피우는 사계성 장미가 도입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조선 초기에는 당연히 별도의 이름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고려 중기에도 개성 인근의 절에서 겨울철에 빨간 사계화가 피었다는 시가 있는 것을 보면 온실 관리를 통하여 연중 꽃을 즐겼던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