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대표 홈페이지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전체메뉴
전체 메뉴 닫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고려중기(동국이상국의 화원)

고전古典속의 화원花園 Ⅲ800년 전 『동국이상국의 화원』 전시회를 열며

고려시대는 지금으로부터 1000여년 전 건국하여 400여년 동안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자주적인 문화를 개척한 왕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문화나 생활상에 대해서는 역사 자료가 부족한 관계로 우리에게는 아득한 과거로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더욱이 한가롭게 꽃기르기 문화에 관련해서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동국이상국의 화원(東國李相國의 花園)

고려 중기의 문신 이규보(李奎報 : 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이 있다. 동국이상국집은 12~13세기 고려시대 화훼문화사를 연구하기에 매우 귀중한 자료인데, 저자인 화훼나 화단 가꾸기에 관심이 많아서 그가 쓴시에 많은 꽃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규보는 꽃기르기를 매우 좋아하였던 인물로 일반 역사 자료도 부족한 고려시대에 무려 800여년 전 취미로 꽃기르기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와 관련 꽃식물명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또한 삼국시대나 고려 전기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 그다지 없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꽃식물 한자명인 동백(冬柏)이나 사계화(四季花, 연중 꽃피는 장미), 지당화(地棠花, 황매화) 등이 문헌상 최초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문집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고려 중기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하는 장미, 동백, 원추리 등 꽃식물 35종(꽃나무 23종, 초화 12종)을 실물과 함께 관련 시, 설명문, 사진으로 꾸민다. 고전 번역 과정의 혼란으로 해당화, 해바라기, 금잔화, 오동나무로 오해를 부른 '해당꽃나무(海棠, 해당)', '닥풀(葵花, 규화)', 펜타페테스(金錢花, 금전화)', '벽오동(碧梧桐)'의 특징과 매력도 알릴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공동으로 화훼문화사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전 속 전통 화원 꽃식물 전시의 일환으로 고전 속의 화원을 주제로 2023년에는 조선 후기 꽃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 2024년에는 조선 전기 '귀공자의 비밀의 화원(안평대군 저택의 화원)'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전시한다.

'800여년 전 고려 중기의 뜰에는 어떤 꽃들이 있었을까?'하는 다소 뜬금없는 물음에서 시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은 전시 공간에서 꽃을 무척 사랑했던 시인을 따라 시공을 초월하여 그가 손수 장미를 심으며 친구와 술잔을 기울였을 개성(황해도)이나 강화도(경기도)의 어느 뜰을 같이 거닐며 시인이 살구꽃을 읊은 시구처럼 여한없이 꽃 가득한 봄을 즐겨 보자.

조선 후기 꽃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23)
조선 후기 꽃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23) 입구사진
조선 전기 안평대군 저택의 화원('24)
조선 전기 안평대군 저택의 화원('24) 입구사진
'동국이상국'의 화훼원예학적 의미
장미류(Rosa spp.)의 한자명인 장미(薔薇)와 함께 사계화(四季花)*가 등장
적어도 고려 중기 이전에 온도만 맞으면 연중 꽃을 피우는 사계성 장미인 사계화가 도입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 도입되면서 중국 한자명인 월계화(用季花)와는 다르게 사계화(四季花)로 이름붙인 것이 흥미롭다. 연중 개화하는 특성을 표현한 '매달 꽃이 피는 꽃, 用季花'라는 표현이 너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거나, 조금 과장해서 매달 피는게 가능한 아열대성 기후대가 없는 고려의 경우 '계절마다 꽃이 피는 꽃, 四季花'가 좀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고유한 한자명으로 바꾸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한편 중국 한자명 월계화(月季花)의 경우 월계화(月桂花, 목서 종류로 달나라에 있다고 여겨지는 상상 속 나무의 원형)와 발음이 유사하여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 한자명을 바꾸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 문헌 상 사계화로 기록된 꽃나무가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연중 꽃을 피우는 장미이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연중 꽃을 피울 수 있는 장미는 문헌 상 사계화(四季花)이다
장미 사계화
동백류(Camellia spp.)의 중국 한자명이 산다(山茶)가 아닌 동백(冬柏) *으로 기록
관상용 동백이 도입되면서 중국의 한자명인 산다(山茶)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동백(冬柏)이라는 고유한 한자명만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 오래전부터 재배되어 온 문헌 상 동백으로 기록된 꽃나무는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동백보다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도입된 관상용 품종의 동백류일 확률이 높다.
도입된 동백 품종
도입된 동백 품종 사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동백나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동백나무 사진
초화보다는 꽃나무가 많음
꽃나무는 적어도 23종 이상인 반면 초화는 12종 정도가 기록되었는데, 원예적으로 좀더 집약적인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 초화보다는 알맞는 곳에 심으면 상대적으로 관리가 적게 필요한 꽃나무를 중심으로 관상한 듯하다.
보온 및 실내 재배의 확인
개성이나 강화도에서 겨울나기가 어려운 꽃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 당시 겨울철에는 보온을 하면서 일부 꽃식물 재배하였다는 것을 알수 있다. 또한 석창포의 경우 연중 푸른 잎을 관상하기 위하여 '실내의 책상 위에 놓은' 시구를 통해 실내에서 석창포 등의 관엽식물 재배가 확인된다.
배롱나무(紫薇, 百日紅)가 재배되지 않음
조선 초기에 많이 등장하는 배롱나무의 한자명인 자미(紫薇)나 백일홍(百日紅)의 재배에 대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는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미(紫薇)의 경우 일부 검색되나 대부분 은유로서 사용되어 재배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문헌에 최초로 꽃식물 한자명 등장
무궁화(槿), 패랭이꽃(石竹), 맨드라미(鷄冠), 석창포(石菖蒲), 백목련(木筆花)